기차가 다니지 않는 철길에도 여전히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오늘은 그 철길이 해운대 블루라인파크로 다시 태어난 이야기를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한때는 열차 바퀴 소리만 들리던 조용한 해안 철길이, 지금은 하루 종일 관광객들의 웃음소리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부산 해운대 앞바다를 달리던 옛 동해남부선 철길이, 어떻게 지금의 관광 명소로 다시 태어났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80년 가까이 부산 앞바다를 달리던 동해남부선 철길
동해남부선은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에 건설된 철도 노선으로, 부산진에서 시작해 해운대와 송정, 울산을 거쳐 경주와 포항까지 이어지는 긴 구간이었습니다. 이 노선은 당시 자원을 실어 나르는 목적과 함께, 일본인 관광객을 해운대로 실어 나르려는 목적으로도 함께 건설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해운대에서 송정에 이르는 구간은 1935년에 문을 열었는데, 바다 바로 옆을 붙어서 달리는 흔치 않은 노선이어서 오래전부터 경치가 아름답기로 유명했습니다. 기차 창밖으로 탁 트인 동해 바다와 마린시티, 광안대교까지 내려다보이는 구간이라, 이 노선을 타 본 사람들 사이에서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풍경으로 꼽혔습니다. 해방 이후에도 이 노선은 오랫동안 부산과 울산, 경주를 오가는 서민들의 중요한 교통수단으로 쓰였고, 여름 피서철이면 해수욕장을 찾는 사람들로 열차 안이 가득 차는 일도 흔했습니다. 그만큼 이 구간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부산 시민과 여행객 모두에게 익숙한 풍경으로 오랫동안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이 노선을 그대로 두고 쓰기가 점점 어려워졌습니다. 해운대와 송정 일대에 도시가 커지면서 철길 주변으로 건물과 도로가 빽빽하게 들어섰고, 기존 노선은 폭이 좁은 단선 철도라 두 대의 열차가 동시에 지나다닐 수 있는 복선 전철로 바꾸기에는 지형도 마땅치 않았습니다. 결국 철도 당국은 노선을 아예 장산이라는 산을 관통하는 9.8킬로미터 길이의 새 터널 노선으로 옮기기로 했고, 2013년 12월 2일을 기점으로 기존 해안 철길은 그 역할을 마치고 폐선되었습니다. 1935년 개통 이후 80년 가까이 이어지던 이 구간의 철도 역사가 이날로 마무리된 것입니다. 노선이 바뀌면서 해운대역과 송정역 역시 바다 쪽 자리에서 산과 도심 쪽으로 옮겨 갔고, 철길과 함께 있던 여러 개의 건널목도 함께 사라졌습니다. 새 노선으로 바뀐 뒤에는 열차가 해운대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터널을 지나 송정으로 향하게 되면서, 예전보다 훨씬 빠르게 오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철길이 멈춘 자리를 둘러싼 고민과 변화
기차가 더는 다니지 않게 된 철길이었지만, 그 자리는 곧바로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 폐선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지를 두고 오랫동안 논의가 이어졌습니다. 부산 지역에서는 원래 모습 그대로 자연을 살려 산책로나 공원으로 남겨야 한다는 의견과, 이왕 남은 공간을 관광자원으로 적극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습니다. 폐선이 결정될 무렵부터 시작된 이 논의는 몇 년 동안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이어졌고, 그사이 철길은 한동안 시민들이 걷고 산책하는 길로 자연스럽게 쓰이고 있었습니다.
이런 논의 끝에 2013년 11월, 부산시와 한국철도시설공단은 폐선 부지의 활용 방향을 정하는 협약을 맺었습니다. 전체 9.8킬로미터에 이르는 폐선 부지 가운데 80퍼센트 정도는 공원으로 남기기로 하고, 그 대신 미포에서 옛 송정역에 이르는 4.8킬로미터 구간 일부와 옛 해운대역 정거장 부지는 상업적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었습니다. 이에 따라 2015년 9월부터는 산책로와 조깅길, 쉼터와 녹지를 만드는 그린레일웨이 사업이 먼저 시작되었고, 2017년 하반기에는 철길 중간 지점인 청사포 쪽에 바다 위로 걸어 나갈 수 있는 스카이워크 시설도 새로 들어섰습니다. 이 무렵부터 옛 철길은 사진을 찍으러 오는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상업 개발이 허용된 구간에서도 환경 단체와 지역 주민들이 개발에 반대하면서 논의는 쉽게 마무리되지 않았습니다. 일반 산책로로 남기자는 의견, 레일바이크를 놓자는 의견, 자전거 전용 도로로 만들자는 의견, 노면전차를 놓자는 의견 등이 번갈아 나왔고, 여섯 차례에 걸친 긴 토의를 거친 끝에야 지금의 해변열차 방식으로 최종 합의가 이루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부지 안에 서식하는 멸종위기종 식물과 해안 지형을 보존하는 생태공원 조성 계획도 함께 세워져, 단순한 상업 시설이 아니라 자연을 함께 지키는 방향으로 사업이 다듬어졌습니다.
상업 개발이 허용된 미포에서 송정에 이르는 구간에는 민간 사업자인 해운대블루라인 주식회사가 나서서 약 450억 원을 들여 관광 시설을 짓는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처음에는 풍경열차와 스카이바이크라는 이름으로 사업 계획이 알려졌지만, 이후 공모전을 거쳐 실제로 운행하는 열차는 해운대 해변열차, 공중에 매달린 소형 탑승 시설은 해운대 스카이캡슐이라는 이름으로 최종 확정되었습니다. 옛 철길의 아래쪽 선로에는 노면전차 형태의 해변열차가, 그 위쪽에는 작은 모노레일 형태의 스카이캡슐이 각각 놓이는 구조로 공사가 진행되었습니다.
사라진 철길이 여행지가 된 이야기
이렇게 몇 년에 걸친 공사와 논의 끝에, 2020년 10월 7일 해운대 해변열차가 먼저 문을 열었습니다. 다만 개통한 다음 날 선로를 바꾸는 과정에서 탈선 사고가 나면서, 한동안은 미포에서 청사포까지만 임시로 운행하다가 그해 11월 7일이 되어서야 원래 계획대로 송정까지 정상 운행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어 2021년 2월 4일에는 공중 레일을 오가는 해운대 스카이캡슐도 개통하면서, 미포에서 청사포, 송정으로 이어지는 옛 철길 전체가 관광 시설로 완전히 다시 태어났습니다. 이 두 시설을 합쳐 지금은 해운대 블루라인파크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해변열차는 미포에서 청사포를 거쳐 송정까지 4.8킬로미터 구간을 오가고, 스카이캡슐은 미포에서 청사포까지 2킬로미터 구간을 지상에서 7미터에서 10미터 정도 떨어진 높이로 운행합니다. 두 시설 모두 시속 15킬로미터 안팎의 느린 속도로 움직이기 때문에,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기보다는 창밖으로 지나가는 바다 풍경을 천천히 즐기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전체 구간에는 미포, 달맞이터널, 해월전망대, 청사포, 다릿돌전망대, 구덕포, 송정까지 모두 일곱 개의 정거장이 있는데, 이 가운데 미포와 청사포, 송정 세 곳에는 사람이 상주하는 매표소가 있고 나머지 정거장들은 무인발권기로 표를 구입하는 간이 정거장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특히 마지막 정거장인 송정정거장은 1930년대에 지어진 옛 송정역 건물을 그대로 활용하고 있어서, 열차를 타지 않고 걸어서 둘러보기만 해도 오래된 철도역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중간에 있는 청사포정거장 근처의 건널목은 만화 배경으로 알려지며 사진 명소가 되었고, 다릿돌전망대나 해월전망대처럼 바다 위로 걸어 나가는 구조물도 새로 만들어져 볼거리를 더하고 있습니다. 청사포와 구덕포, 미포로 이어지는 해안길은 예전부터 삼포길이라는 이름으로 불려 왔는데, 지금은 이 길을 따라 카페와 식당이 하나둘 들어서면서 열차를 타지 않고 걸어서 구간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아졌습니다.
이렇게 다시 태어난 옛 철길은 이제 부산을 대표하는 관광지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한 달에 2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이곳을 찾고, 문을 연 뒤 몇 년 사이 누적 방문객이 270만 명을 훌쩍 넘어섰습니다. 애초에 철길을 걷어내고 도로나 상가를 짓는 방식으로 개발했다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 되었을 텐데, 옛 선로와 역사 건물을 최대한 살려 둔 덕분에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관광지를 걷는 동시에 부산의 철도 역사를 함께 마주하게 됩니다. 한때 기차가 다니지 않아 조용히 잊혀 갈 뻔했던 철길이, 지금은 오히려 그 철길이었다는 사실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의 발길을 끌어모으고 있는 셈입니다. 철도가 사라진 자리라고 해서 도시의 기억까지 함께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이 옛 철길이 잘 보여 주고 있습니다. 언젠가 부산을 찾을 일이 있다면, 한때 기차가 오가던 이 길을 천천히 걸어 보는 것도 좋은 여행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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