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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사람들의 놀이공원, 미월드는 왜 사라졌을까

by 벨키오 2026. 7. 11.

부산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라면 한 번쯤 "미월드"라는 이름을 들어봤을 겁니다. 오늘은 부사 사람들의 추억의 장소인 미월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광안리 해수욕장 바로 옆에 있던 놀이공원으로, 200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낸 부산 시민이라면 소풍이나 가족 나들이로 한 번쯤은 다녀갔을 만한 곳입니다. 하지만 지금 그 자리에 가보면 놀이기구는 온데간데없고, 높은 건물이 들어서고 있는 공사 현장만 남아 있습니다.

 

미월드는 문을 연 지 10년도 채 되지 않아 폐장했고, 이후 오랜 시간에 걸쳐 조금씩 철거되며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오늘은 부산 사람들의 추억 속에만 남아 있는 놀이공원, 미월드가 어떻게 생겨났고 왜 사라지게 되었는지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부산 사람들의 놀이공원, 미월드는 왜 사라졌을까
부산 사람들의 놀이공원, 미월드는 왜 사라졌을까

광안리 바닷가에 놀이공원이 생기다

미월드는 2004년 4월, 부산 수영구 민락동에 문을 열었습니다. 광안리 해수욕장과 광안대교가 바로 눈앞에 보이는 자리였는데, 바다를 바라보며 놀이기구를 탈 수 있다는 점 덕분에 개장하자마자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당시 이곳은 국내 최초의 도심 해양형 테마파크로 소개되었는데, 쉽게 말해 도심 한가운데, 그것도 바닷가 바로 옆에 자리 잡은 놀이공원이라는 뜻입니다.

 

미월드가 특별했던 또 다른 이유는 입장료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보통 놀이공원은 입구에서부터 입장료를 내야 들어갈 수 있는데, 미월드는 누구나 자유롭게 들어가서 구경할 수 있었고, 놀이기구를 타고 싶은 사람만 이용권을 사면 되는 방식이었습니다. 덕분에 아이를 데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놀러 나온 가족들이 많았습니다. 도시락을 싸 와서 잔디밭에 자리를 깔고 앉아 밥을 먹는 가족들의 모습도 흔한 풍경이었다고 합니다. 바이킹, 급류타기, 범퍼카 등 열일곱 가지가 넘는 놀이기구가 있었고, 자유이용권 가격도 다른 놀이공원에 비해 저렴한 편이라 국내에서 가장 싼 자유이용권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였습니다.

 

개장 초기에는 그야말로 호황을 누렸습니다. 한 해 동안 무려 오십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찾아왔다는 기록이 있을 만큼 인기가 대단했습니다. 부산에 사는 사람이라면 굳이 멀리 있는 대형 놀이공원까지 가지 않아도, 시내에서 가까운 거리에서 놀이기구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었습니다.

 

미월드는 놀이기구만 있는 곳이 아니었습니다. 헬스클럽이나 연회장 같은 시설도 함께 갖추고 있어서, 단순히 놀이공원을 넘어 지역 주민들의 생활과도 어느 정도 맞닿아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게다가 미월드는 큰 기업이 아니라 개인이 직접 세우고 운영한 놀이공원이었다고 합니다. 지역에 좋은 시설을 남기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사업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미월드가 단순한 상업시설을 넘어 지역에 대한 애정에서 출발한 공간이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방송에도 여러 차례 등장하며 부산을 대표하는 나들이 장소로 자리 잡기도 했습니다. 예능 프로그램 촬영지로 소개되면서 전국적으로도 이름을 알렸고, 광안리 해변과 함께 부산 여행의 한 코스로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소음 민원과 도시 개발 속에서 흔들리다

문제는 미월드가 자리 잡은 땅 주변이 점점 달라지기 시작하면서 생겨났습니다. 미월드가 처음 문을 열 무렵에는 주변이 비교적 한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일대에 대한 도시계획이 바뀌었고, 놀이공원 바로 옆으로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놀이공원 소리를 들으며 살게 된 주민들 입장에서는 놀이기구가 만들어내는 소음이 큰 불편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인근 주민들의 소음 민원이 끊이지 않았고, 미월드는 계속해서 운영에 제약을 받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이 문제는 단순히 몇몇 주민의 불만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2005년에는 국가 기관인 국민고충처리위원회가 나서서 미월드가 겪고 있는 피해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도시계획이 갑자기 바뀌면서 미월드 운영 측이 손해를 보고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부산시가 미월드의 땅을 사들이거나, 다른 땅과 맞바꾸는 방법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권고까지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권고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쉽게 풀리지 않았습니다.

 

미월드 운영진도 손을 놓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새로운 놀이기구를 들여오고 시설을 넓히는 등 손님을 다시 끌어모으기 위해 여러 방법을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소음 문제로 인한 민원은 계속되었고, 여기에 방문객 수가 서서히 줄어들면서 경영난까지 겹치게 되었습니다. 결국 미월드 측은 2007년, 오랜 고민 끝에 부지를 매각하기로 결정합니다. 다만 매각 이후에도 곧바로 문을 닫은 것은 아니었고, 새로운 개발이 본격화되기 전까지 몇 년을 더 운영을 이어갔습니다. 그렇게 버티던 미월드는 2013년 6월, 개장한 지 꼭 10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완전히 문을 닫게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미월드가 겪은 어려움은 놀이공원 하나만의 문제라기보다, 도시가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갈등이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처음 놀이공원이 들어설 때는 주변에 별다른 주거지가 없었지만, 도시가 확장되면서 그 자리는 어느새 아파트와 놀이공원이 마주 보는 애매한 위치가 되어버렸습니다. 놀이공원을 즐기는 사람들과 그 옆에서 일상을 살아가야 하는 주민들, 양쪽 모두 저마다의 이유가 있었기에 어느 한쪽의 잘못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이런 갈등을 풀어낼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한 채, 미월드는 조용히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놀이기구는 흩어지고, 그 자리엔 새 건물이 들어서다

문을 닫았다고 해서 미월드가 바로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폐장 이후에도 한동안 놀이기구들은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운영사는 실내외에 있던 스무 개가 넘는 놀이기구를 하나씩 팔아넘기기 시작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놀이기구들이 국내가 아니라 해외로 팔려나갔다는 사실입니다. 광안대교와 광안리 해수욕장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었던 대관람차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로 옮겨졌고, 아이들과 청소년들의 환호성을 자아냈던 자이로드롭은 필리핀으로 건너가 지금도 다른 나라에서 운영되고 있다고 합니다. 부산의 바닷가를 지키던 놀이기구가 지구 반대편에서 다시 사람들을 태우고 있다고 생각하면 묘한 기분이 듭니다.

 

이렇게 하나둘 팔려 나가던 놀이기구들 중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것은 도입 가격만 백억 원이 넘었다는 대형 롤러코스터였습니다. 결국 이 롤러코스터마저 2016년에 철거되면서, 미월드는 부지에 남아 있던 마지막 놀이기구까지 모두 잃고 완전한 빈 땅으로 돌아갔습니다. 미월드가 사라지면서 부산에는 한동안 이렇다 할 대형 놀이공원이 남지 않게 되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다른 놀이공원들도 하나둘 문을 닫으면서, 부산은 약 구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도심에 놀이공원이 없는 도시로 지내야 했습니다. 부산 시민들이 놀이공원을 가려면 경상도의 다른 도시나, 멀게는 수도권까지 나가야 하는 상황이 이어진 것입니다. 이런 공백은 2022년, 오시리아 관광단지에 새로운 대형 테마파크가 문을 열고 나서야 비로소 채워지게 되었습니다.

 

한편 미월드가 있던 자리는 오랜 시간 개발 계획이 여러 차례 바뀌는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처음에는 외국계 브랜드의 특급 호텔이 들어설 예정이었지만 계획이 바뀌기도 했고, 인근 주민들의 반대와 여러 행정 절차로 인해 착공이 계속 늦춰지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는 동안 부지는 오랫동안 공사장으로 방치되기도 했습니다. 결국 여러 논의를 거쳐 지금은 대형 숙박시설을 짓는 방향으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때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던 이 자리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완성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는 사진과 기억 속에서만 남아 있는 미월드지만, 그 시절 광안리 바닷바람을 맞으며 놀이기구를 타던 기억은 여전히 많은 부산 사람들의 마음 한편에 남아 있습니다. 도시가 변하고 개발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누군가에게는 소중했던 장소가 사라지기도 한다는 사실을 미월드는 조용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광안리를 지나다 예전 미월드 부지를 마주치게 된다면, 잠시 걸음을 멈추고 그 시절의 풍경을 떠올려보는 것도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