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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전화 부스 2만 대 남았다, 스마트폰이 삼킨 거리 풍경

by 벨키오 2026. 7. 16.

공중전화는 한때 전국에 56만 대 넘게 설치돼 있었지만, 2023년 기준으로는 2만4982대까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늘은 사라진 공중전화 부스와 스마트폰이 변화시킨 대한민국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KT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공중전화 한 대당 월평균 이용 건수는 30.8건, 통화량은 25.7분에 그쳐 사실상 손님이 끊긴 상태입니다. 그러나 이 몰락의 진짜 원인은 스마트폰 하나만이 아니라, 1990년대 무선호출기 시대의 정점 이후 이어진 휴대전화 대중화라는 20년 넘는 흐름 속에서 찾아야 합니다. 공중전화는 여전히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데, 이는 법률상 의무와 재난 대비라는 또 다른 이유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공중전화가 정점을 찍었던 과거, 급격히 줄어든 현재의 구체적인 수치, 그리고 남은 부스들이 앞으로 어떤 자리로 바뀌어 갈지를 차례로 정리합니다.

공중전화 부스 2만 대 남았다, 스마트폰이 삼킨 거리 풍경
공중전화 부스 2만 대 남았다, 스마트폰이 삼킨 거리 풍경

왜 한때 공중전화 부스가 56만 대까지 늘어났을까

한국 최초의 공중전화는 1902년 3월 서울에 설치되며 등장했습니다. 초창기에는 관리인이 옆에서 통화 요금과 순서를 관리하는 유인 방식이었고, 1927년부터 지금과 같은 공중전화라는 이름이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전화기 자체가 워낙 고가였던 탓에, 오랫동안 공중전화는 개인이 소유하기 어려운 통신 수단을 대신하는 유일한 창구였습니다. 1950년대에는 다방이 사실상 통신 거점 역할을 하며, 손님들이 걸려올 전화를 기다리는 공간으로 쓰이기도 했습니다.

 

1980년대 무선호출기, 이른바 삐삐가 보급되면서 역설적으로 공중전화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삐삐로 호출을 받은 사람이 답신을 하려면 결국 근처 공중전화를 찾아야 했기 때문입니다. 주말 번화가에서는 삐삐 음성을 확인하려는 사람들이 공중전화 부스 앞에 길게 줄을 서는 풍경이 흔했습니다. 이런 수요에 힘입어 공중전화는 1999년 전국 56만 대를 넘어서며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습니다.

 

요금 체계도 여러 차례 바뀌었습니다. 1962년 화폐 단위 변경 이후 1도수당 50환 또는 5원이 부과됐고, 1977년 1월에는 10원, 1981년 10월에는 20원으로 단계적으로 인상됐습니다. 이 시기의 공중전화는 단순한 통신 기기가 아니라, 약속과 안부를 잇는 거리의 생활 거점이었고, 이후 닥칠 급격한 감소와는 뚜렷한 대조를 이룹니다.

휴대전화 대중화가 공중전화 20년 감소세를 이끌었다

공중전화가 줄어들기 시작한 진짜 계기는 스마트폰이 아니라 2000년대 이후 휴대전화 자체의 대중화였습니다. 흔히 스마트폰 때문에 공중전화가 사라졌다고 생각하지만, 순서를 따져보면 개인용 휴대전화가 먼저 보편화되면서 공중전화 수요가 이미 꺾인 뒤 스마트폰이 그 감소 속도를 더 끌어올린 쪽에 가깝습니다. KT링커스 자료를 보면 공중전화는 2015년 6만9000여 대, 2020년 3만4000대, 2023년에는 2만4982대까지 줄었습니다. 국회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공중전화 한 대의 월평균 이용 건수는 30.8건, 통화량은 25.7분에 불과했습니다.

 

하루로 나누면 한 대를 하루 1분도 채 쓰지 않는 셈입니다. 이용이 줄어든 만큼 손실도 커졌습니다. 2021년 KT의 공중전화 사업은 영업수익 163억원에 영업비용 300억원을 기록해 13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습니다. 공중전화 유지보수는 KT링커스가 맡고 있고, 여기서 발생하는 적자는 KT를 포함한 통신사들이 나눠 부담하는 구조입니다.

 

반면 이 시기 국내 이동통신 회선 수는 약 5692만개로, 인구 5175만명을 넘어서 국민 한 사람당 한 대 이상의 휴대전화를 가진 상황이 됐습니다. 다만 이렇게 통신이 개인 기기 하나에 집중된 구조는 2018년 KT 아현지사 화재 당시 휴대전화가 먹통이 되면서 오히려 지하철 공중전화로 사람들이 몰렸던 사례처럼, 뜻밖의 약점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공중전화는 사라지는 대신 5000대 규모로 다른 모습이 된다

공중전화가 계속 손실을 내는데도 KT가 마음대로 없앨 수 없는 이유는 전기통신사업법에 있습니다. 이 법은 시내전화, 초고속인터넷과 함께 공중전화를 보편적 역무로 규정해, 모든 국민이 언제 어디서나 적정 요금으로 쓸 수 있게 유지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공중전화의 존속 여부는 수익성이 아니라 법이 정한 공공성의 문제에 가깝습니다. 여기에는 KT링커스의 인력 감소와 고령화 문제까지 얽혀 있어, 회사는 안정적 운영을 위해 KT서비스남부와의 합병까지 결정한 상태입니다.

 

국회 자료에 따르면 KT는 향후 공중전화를 재난과 비상 상황에 필요한 필수 장소 중심으로 약 5000대만 남길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2023년 설치 대수 2만4982대와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드는 셈입니다. 남는 부스들도 원래 기능만 유지하지는 않습니다. 낡은 부스는 현금지급기나 전기차 충전기, 전동 이륜차용 배터리 교환 충전소, 심장충격기 설치 공간 등으로 바뀌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도 흐름은 비슷해서, 미국은 1999년 약 200만 대였던 공중전화가 2018년에는 10만 대로 줄었고, 뉴욕은 2022년 5월 마지막 남은 유료 공중전화를 철거하며 무료 통신 거점인 링크NYC로 전면 교체했습니다. 앞으로 3~5년 사이 국내 공중전화는 통신 수단으로서의 역할보다 재난 대비용 최소 설비와 지역 복지, 문화 공간이라는 두 번째 삶으로 자리를 옮겨갈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 사용량이 사실상 없는 지금, 남은 부스의 존재 이유는 전화를 거는 곳이 아니라 위급할 때 기댈 수 있는 곳으로 재정의되는 셈입니다.

 

공중전화는 무선호출기 시대의 폭발적 수요 속에 1999년 56만 대까지 늘었다가, 휴대전화 대중화와 이어진 스마트폰 보급을 거치며 2023년 2만4982대로 줄었습니다. 줄어든 것은 대수만이 아니라 존재 이유이기도 합니다. 법이 정한 보편적 역무라는 의무와 재난 상황에서의 안정성 덕분에 공중전화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KT가 향후 5000대 수준까지만 줄이기로 한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2018년 아현지사 화재 때 휴대전화가 끊긴 자리를 공중전화가 대신했던 사례는, 가장 덜 쓰이는 기기가 오히려 가장 마지막에 남는 안전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결국 공중전화의 쓸쓸한 변화는 통신 기술의 진보가 낡은 것을 밀어내는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사회가 쉽게 놓지 못하는 최소한의 안전망이 거리 어딘가에 여전히 남아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줍니다. 이제 공중전화 부스를 지나칠 때 남는 감정은 향수만이 아니라, 그 자리가 왜 여태 비워지지 않았는지에 대한 질문이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