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방은 한때 전국 어디서나 만날 수 있던 익숙한 동네 풍경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도심 한복판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업종이 되었습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6년 4800개에 이르렀던 전국 만화책임대업 사업체는 2019년 2500개로 줄었고, 이 중 만화방과 만화카페만 따로 보면 704개에 불과했습니다. 개인이 운영하는 영세 만화방만 놓고 보면 전국에 500곳도 남지 않은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 웹툰의 등장이 있었던 것은 분명하지만, 원인을 웹툰 하나로만 돌리기는 어렵습니다. 만화방이 사라진 자리에는 신간 출판량 감소, 대여 문화 자체의 침체, 산업 구조의 전환이 겹쳐 있었습니다. 지금부터 만화방의 전성기와 쇠퇴 과정, 웹툰이 만들어낸 소비 방식의 전환, 그리고 이 변화가 남긴 그늘을 차례로 짚어봤습니다.

1990년대 만화방 전성기, 왜 십 년 만에 무너졌을까
만화방의 뿌리는 195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진짜 전성기는 1990년대 중반이었습니다. 당시 전국 도서대여점 수는 적게는 8700여 곳, 많게는 1만2000여 곳에 달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외환위기 이후 실직자가 늘면서 소자본 창업으로 대여점이 대거 생겨났고, 만화책과 판타지 소설, 무협지가 함께 유통되며 시장이 커졌습니다. 그러나 성장세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1990년대 후반 PC방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청소년의 여가 시간이 그쪽으로 옮겨갔고, 2000년대 들어서는 인터넷을 통한 만화 스캔본 공유가 성행하면서 대여 수요 자체가 줄었습니다. 여기에 학교보건법상 학교 시설 200미터 이내에는 개업할 수 없는 청소년 유해업소로 분류된 규제도 성장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결국 2012년 도서대여점 수는 3638곳까지 줄었고, 만화만 취급하는 순수 만화방은 811곳에 그쳤습니다. 신간 자체도 줄어드는 악순환이 뒤따랐습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통계를 보면 만화책 신간 발행 부수는 2018년 785만부에서 2019년 669만부, 2020년 567만부로 해마다 감소했습니다. 손님을 끌 만한 새 작품이 줄어드니 대여점을 찾을 이유도 함께 사라진 셈입니다. 여기에 이미지 문제도 겹쳤습니다. 1995년 한국미생물학회가 전국 5대 도시의 대여 서적을 조사한 결과, 신간 서적보다 10배 많은 세균이 검출됐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대여점은 비위생적인 공간이라는 인식까지 떠안게 되었습니다.
웹툰이 만화 시장의 주도권을 완전히 가져갔다
만화방이 흔들리던 시기,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했습니다. 다음웹툰은 2003년 2월, 네이버웹툰은 2004년 6월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두 회사는 당시 출판 만화 시장에서 통용되던 9대1 수준의 낮은 작가 수익 배분 구조 대신, 작가에게 7할을 배분하는 모델을 내세워 기성 작가와 신인 작가를 대거 끌어모았습니다. 이 전략은 만화 시장의 주도권을 출판사에서 플랫폼으로 넘기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후 성장세는 코로나19 시기를 지나며 폭발적으로 커졌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웹툰 산업 매출은 2017년 3800억원 수준에서 2020년 1조원을 넘었고, 2023년에는 2조1890억원까지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만화 카페가 만화방과 도서대여점의 자리를 사실상 대체하면서, 종이책을 빌려보던 소비 방식은 스마트폰 화면에서 세로로 넘겨보는 방식으로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만화방을 15년째 운영해온 한 자영업자는 예전에는 신간 구입비로 한 달에 200만원을 썼지만 지금은 70만원도 채 쓰지 못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는 웹툰의 부상이 원인이라기보다, 신간 출판 자체가 줄어든 결과가 함께 작용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통념처럼 웹툰 하나가 만화방을 밀어낸 것이 아니라, 대여 산업의 자체 동력 상실과 플랫폼 전환이 동시에 일어난 결과로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웹툰 산업의 다음 5년, 성장 이면의 그늘도 함께 봐야 한다
향후 3~5년을 놓고 보면 웹툰 산업의 외형 성장은 이어질 전망이지만 속도는 예전 같지 않습니다. 국내 웹툰 시장 성장률은 2020년을 정점으로 이미 꺾이기 시작했다는 진단이 나옵니다. 가장 큰 위협은 틱톡, 유튜브 쇼츠 같은 숏폼 콘텐츠입니다. 한 시장조사기관은 세계 숏폼 시장 규모가 2025년 599억 달러에서 2034년 6412억 달러로 연평균 30퍼센트 넘게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웹툰 플랫폼들도 손을 놓고 있지는 않아서,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웹툰을 숏폼으로 자동 제작하는 서비스를 선보였고 네이버웹툰도 유사한 서비스를 준비했습니다. 다만 승자로 자리잡은 웹툰 산업의 그늘도 뚜렷합니다. 네이버웹툰이 창작자와 나눈 수익 규모는 2013년 232억원에서 2022년 2조255억원으로 87배 가까이 늘었지만, 이는 상위 소수 작가에게 집중된 결과에 가깝습니다. 최근 1년 이내 연재 경험이 있는 작가의 평균 연수입은 6477만원으로 전년보다 오히려 줄었고, 웹툰 작가의 58.9퍼센트는 불공정 계약이나 행위를 겪은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여기에는 작가와 플랫폼 사이에 콘텐츠 제공사가 끼어들며 수익 배분 구조가 여러 단계로 쪼개진 산업 구조상의 원인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불법 웹툰으로 인한 피해액도 2023년 기준 4465억원으로 전체 산업 규모의 20.4퍼센트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외형은 커졌지만 그 몫이 고르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세계 시장 전체로 보면 전망은 여전히 밝습니다. 한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2021년 47억 달러였던 세계 웹툰 시장은 연평균 40.8퍼센트씩 성장해 2030년에는 601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다만 이런 장밋빛 전망과 별개로, 국내에서 실제 수익을 체감하는 창작자는 소수에 그친다는 구조적 한계는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만화방의 퇴장은 웹툰이라는 단일 원인이 아니라 PC방 확산, 스캔본 공유, 신간 감소, 위생 논란, 그리고 플랫폼의 파격적인 수익 배분이 겹쳐 일어난 구조적 변화였습니다. 1990년대 중반 1만개를 넘던 대여점은 2010년대 들어 수백 곳 단위로 줄었고, 그 빈자리를 2조원 규모로 성장한 웹툰 산업이 채웠습니다. 다만 이 성장이 모든 창작자에게 고르게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점도 함께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상위 소수 작가가 거둔 성과와, 연평균 6477만원에 그친 다수 작가의 현실 사이에는 여전히 큰 간극이 남아 있습니다. 하나의 산업이 저물고 다른 산업이 떠오르는 과정에는 언제나 승자와 함께 가려진 그늘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만화방의 역사가 보여줍니다. 지금은 흔적조차 찾기 어려워진 만화방이지만, 그 쇠퇴의 경로를 되짚어 보면 지금의 웹툰 산업이 마주한 숏폼 경쟁과 수익 배분 문제도 남의 일만은 아닐 것입니다.